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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득키득 유머

별헤는 밤

by 섬마을 새우잡이소녀 2008. 2. 4.

별 헤는 밤

윤 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댓글 헤는 밤

레이니돌


방문객들이 다녀가는 포스트에는 댓글 대신
많은 스팸만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감흥도 없이
포스트에 달린 댓글들을 다 지울 듯합니다.

블로그에 하나 둘 새겨지는 스팸 댓글을
일괄정리로 다 못 지우는 것은
행여나 그중에 사람이 달아놓은 것이 있을까, 하는 까닭이요,
지워봤자 내일 밤에도 다시 달릴 것이라 예상한 까닭이요,
아직 나에게는 스팸 댓글 이외에 사람이 남기는 댓글이 달리지 않는 까닭입니다.

댓글 하나에 추억(追憶)과
댓글 하나에 사랑과
댓글 하나에 쓸쓸함과
댓글 하나에 동경(憧憬)과
댓글 하나에 궁상과
댓글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댓글 하나가 달릴 때마다 신나는 콧노래를 불러 봅니다.
블로깅 초보 때 서로의 RSS를 같이 들락거렸던 이웃들의 이름과, 워드프레스(Wordpress), 블로거(Blogger), 블로그스팟(Blogspot), 이런 이국 블로그 서비스의 이름과, 벌써 유명 블로거된 부러운 예전 이웃분들의 이름과, 댓글이 고픈 나와 같은 처지인 이웃들의 이름과, 애드센스, 애드클릭스, 올블로그, 미디어몹, 태터툴즈,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이런 이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유명 블로거로의 길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싸이월드에 계십니다.

나는 괜시리 뻘쭘해 이 많은 댓글이 달린 어느 유명 블로거의 댓글란에 내 아이디를 써 보고, F5버튼을 눌러 새로 고침 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작성한 댓글에도
해당 블로거의 답글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블로그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박힌 올블로그 TOP 100 후드티 위에도 여느 유명 블로거의 블로그에 처럼 댓글들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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