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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잡담

명량 - 난세의 영웅 이순신

by 섬마을 새우잡이소녀 2014. 12. 18.

 

멸량이 웹하드에 올라왔군요..못보신 분들 보세요..

 

피X팝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인터넷상에선 어떤 얘기든 꺼낼 수 있죠.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고 읽기 쉬운 선에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그 '어떤 얘기'들을 적당히 참고하는 것은 인터넷을 잘 이용하는 사례가 될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 리뷰에는 온통 명량해전에서 박살난 배가 몇개인지에 대해서
고증 운운하며 갑론을박하는 내용뿐이네요.
고증을 운운할 정도로 본인들이 그렇게 사학계의 거장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공자가 아니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보수적이고 거만한 말을 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숫자놀음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야 할 영화의 진정한 가치와 본질이 가려지는게 안타까워
몇 줄 남깁니다.
학설 하나 내놓는 것처럼 말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요.
책임지지 못할겁니다.
위에 적은대로,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고 읽기 쉬운선에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그냥 여기 오고가는 리뷰들을 보며 역사의 단편을 가볍게 음미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치밀한 탐구를 하고자 한다면, 이런 리뷰에 휘말려선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역사? 무엇이 진실인지는 서로 모릅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아마추어 사학자이고,
그래서 사료를 검토하는 것도  전문적 글쓰기를 하는 것도 서투니까요.
 
이순신이

 

해당이미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목받는 건 이제 어색한 일도 아닙니다.
그 가운데 명량해전은 기록으로만 살펴봐도 드라마틱한 요소를 많이 품고있는 에피소드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긴 전쟁이었고,
그 기간에 비례하여 이순신의 활약 또한 상당했으며,
그 상당한 활약 가운데 영화 한편의 내용을 명량해전 하나의 전투에만 할애하겠다는건,
픽션에도 상당한 노력을 곁들일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명량해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시 적은 숫자의 아군으로 많은 숫자의 적군을
격퇴시켰다는 사실이고, 이 때문에 이 해전이 영화화된 것이며, 따라서 병력 등의 내용을 포함한
명량해전의 내용에 대해 제작진도 나름대로의 고증을 거쳤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몇몇 고증을 거친다고 하여 영화제작진이 전문 사학자가 될리도 없으며,
고증을 통과한 영화내용들이 사실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 문제는 우리가 과거의 일을 사실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 가능할까, 와 같은
역사학이나 고고학의 존재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전문 역사학자나 고고학자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많은 역사적 고고학적 사례들을
숙지하고 이를 귀납적추론으로 활용하는것을 즐깁니다.
까놓고 말해서 cctv도 없는데 13척이 333척이랑 싸웠는지 133척이랑 싸웠는지 알게 뭡니까.
다만 사료와 같은 정황적인 증거들을 많이 탐독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다면
사실에 한걸음 다가설 수는 있겠죠.
 
해당이미지

 

본인이 정말 치밀한 고증을 해보고 싶다면 그것은 학회에 가서 할 일이지,
영화제작진들에게 잘못된 고증이라고 떠드는 것은,
그거야 말로 '잘못된' 피드백이 아닐까합니다.
물론 영화의 역사왜곡을 하는 것을 우려한다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들 나름대로 적군의 수군병력이 133척이니 300여척이니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피드백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영화는 창작물이고 창의력을 요구하며, 역사적테두리안에서만 영화를 만든다면
그건 국사책을 영상물로 시각화한 자료에 불과할 겁니다.
(그렇다고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하여 스토리가 막장으로 치닫는걸 허용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도전같이 만들수도 있고 뿌리깊은 나무처럼 만들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제작자의 몫이며, 대가는 관중의 몫입니다.)
 
이순신에 대한 행적, 명량해전에 대한 행적을 남긴 기록들은
선조실록, 징비록, 난중일기, 간양록, 조선역진법표, 타코야마공실록, 이충무공전서, 그리고 임란 참전 장수들의 행장기 등 우리나라와 일본의 각종 사료 등에 남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전부 떠드는 내용들의 출처는 이러한 문헌들에서 나온 것인데,
각각의 문헌이 언제 누구에 의해 저술되었는지, 각 기록간의 비교를 통해 어디까지를 사실로
보아야하는지와 같은 복잡한 논증들을 거쳐 문헌의 신빙성을 입증한 뒤,
이를 토대로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하나의 주장이 온전히 성립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리뷰에 이러한 사료를 인용하고 각주를 달고 일일히 해석하지도 않을거면서
본인의 고증이 무조건 맞다는 식으로 지껄여봤자, 그게 다 무슨소용이며
만약 여기서 그렇게 성심성의껏 제대로 쓸 재능이 있다면
그 재능으로 학위따서 학계에 재능기부 하십시오.
 
참고로...
선조실록에 "...전선 13척, 초탐선 32척..."이라는 문구로 보아, 아군 병력은
판옥선 13척으로 보이지만, 난중일기 보면 김억추라는 장군은 전선의 최후방에서
여차하면 도망갈 생각만 했고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아군병력이 13척이니 12척이니 말장난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적군병력에 대한 논란은...
격침된 숫자에 관하여.
이순신 본인은 31척을 격침했다고 선조에게 보고하였으나,
따지고보면 전투 끝나고 나서 격침된 배가 몇척인지 도대체 무슨 수로 헤아렸을지 궁금합니다.
(죠리퐁 1봉지 뜯어서 발로 밟아 널부러뜨려 놓고 몇개인지 세보십시오.)
무엇무엇을 기준으로 이만큼의 배를 계산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림잡아 혹은 정황상 추정했을거란 생각밖엔...어쨌든 31척보다 많으면 얼마나 많고
적으면 얼마나 적을까요.
다음으로 전체 적군병력이 얼마였을지,
난중일기를 바탕으로한 추론은 133척이라고 하지만, 명량대첩비의 300여척이라는 기록과
피난민들의 얘기를 참고한 이충무공전서에는 400~500척이라는 언급이 있으니,
이건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격침된 배와 출전한 배의 의미를 혼동하지 않는다면
숫자와 관련된 논쟁은 충분한 합의점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적군의 수가 얼마나 됐든 30척정도가 격파되었다는 점.
 
영화적인 측면에서 적군의 병력규모는 단순한 CG처리에 불과하지만,
12척으로 133척 혹은 300여척을 막아야 하는 조선수군과 지휘관의 입장을 내외면적으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133척 혹은 300여척의 병력으로 12척의 조선수군을 뚫지 못한
일본장수의 입장을 내외면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CG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전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그 '표현'에 모든걸 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게다가 믿을만한 배우들이니 더 기대되기도.)
아군이 고작 12척인데 적군이 133척에서 300여척으로 바뀐다하여 대본에
배우의 표정이 '좀 굳음'에서 '엄청나게 굳음'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아니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 안되기 때문에 영화제작진이 바로 잡아야 한다?
만약 후자의 입장이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본인이 이것이 왜곡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인터넷에 글쓰는거?
한 국가의, 왕조의, 전쟁의 역사가 인터넷에 떠도는 리뷰에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는거?
 
러일전쟁으로 유명해진 일본 도고제독의 이순신장군에 대한 일화는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만큼 이순신이란 사람이 적국의 후손들에게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데,
그런데 그 일화란 게 어느 기록에 명시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입증된 사실이라고 이야기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그 기록이 진짜 어떤 기록이며, 그 기록을 남긴 사람은 누구인지,
글의 성격이 소설인지 신문기사인지 정사인지를 판명해야 합니다.
[1908년작, 일본해군 사토 테츠타 저술 <<제국국방사론>>이란 책에 이순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언급되어 있지만, 도고제독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도고제독 생전에 일인 사학자 후지이노부오의 책 <<이순신각서>>에는 도고제독의 이순신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턴 답이 없습니다. 본인이 직접 쓴 책이 아니니 무효다라고 말하면
무효인거고, 아무 근거도 없는 얘길 책에 담았겠느냐라고 말하면 유효인 겁니다.
아니 이순신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많은데, 몇백년후의 그것도 일본의 일개(?) 제독의 발언에
이순신에 대한 평가를 의지하는 것이고, 그 발언이 진실인지 규명하기 위해 답없는 논쟁을 해야할까요.
기자들은 박지성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내한한 외국 축구선수들에게 왜 물어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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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를 조각조각내서 사실규명을 해보고 싶다면 학회 단상으로 가십시오.
그게 아니고, 그냥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서 접근해 보고 싶다면
너무 '사소한' 내용까지 책임지려 할 필요가 있을까요.
큰 그림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명량해전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줄 의미가 어떤 것들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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